[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438] 유리구슬 같은 지구

오피니언 전문가 칼럼 [우정아의 아트스토리] [438] 유리구슬같은 지구 우정아 포스텍 교수 서양미술사 입력 2022.07.26.03:00

오피니언 전문가 칼럼 [우정아의 아트스토리] [438] 유리구슬같은 지구 우정아 포스텍 교수 서양미술사 입력 2022.07.26.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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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님스보스, 쾌락의 정원 제단화 외익, 1500년경 마드리드 프라도 박물관 소장.

천문학자 칼·세이건은 지구를 “창백한 푸른 점”이라고 불렀다.16세기 네덜란드 화가 히엘로님스·보스(약 1450~1516)가 그린 지구는 투명한 유리 구슬 같다.유리 구슬 속에는 물이 반 정도 고이고 있어 그 안에 동그란 땅이 있다.흑백 사진처럼 회색 일색의 대지에는 그저 나무와 기묘한 화초가 우거지뿐 살아 움직이는 동물이나 사람은 없다.이렇게 조용하고 온화한 지구는 검은 우주에 둥둥 떴어.지구 밖의 존재는 그림의 왼쪽 위에 조그맣게 그려진 창조주 뿐이다.이 그림은 창세기에 그려진 천지 창조 중 3일째를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신은 창조의 첫날에 빛과 어둠을 나누어 2일째에 물과 푸른 하늘을 나누어 3일 만에 땅이 나타나게 한 뒤, 그 위에서 식물이 싹트도록 했다.이 그림은 중앙 패널의 양쪽에 개폐할 수 있는 날개가 달린 3폭 제단화의 날개 바깥쪽에 그려졌다.둥근 지구를 반으로 자르고 양쪽 날개를 펼치면 그 유명한 “쾌락의 정원”이 나타난다.보스는 표면의 어두운 흑백 화면과 눈부신 대비되는 화려한 색채를 쓰고 내부의 3장면을 그렸다.왼쪽에는 아름다운 에덴 동산의 아담과 이브, 가운데에는 그 후손인 인류가 풍부한 대지 위에서 마음껏 세속의 쾌락을 즐기는 모습, 오른쪽에는 풀 한포기도 없는 불덩이 지옥으로 끝없이 시달리는 사람들을 그렸다.현란한 쾌락의 향연으로 검게 탄 지옥을 본 뒤 다시 바깥 날개에 가면 수풀만 남은 조용한 지구가 어쩌면 미래 모습이 아닌가 싶다.창백하고, 푸르고 약한 유리 구슬 같은 지구를 지금처럼 우리가 함부로 파헤치면 언젠가 지구는 인간이 도래하기 이전의 조용하던 그때에 돌아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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